 
기획의도_소희정
“꿈 깨니 이 또한 꿈이런가”
어느 날,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개짓을 하며 창공을 기분 좋게 날아다니느라 미처 자신이 장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홀연히 잠에서 깨고 보니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윽고 장자는 기괴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의 꿈속에 내가 있었던 것일까.
“우리는 모두 꿈을 꾸고 있고, 내
가 그대에게 말을 건네는 이 순간도 꿈일지 모른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이와 같은 일들을 일러 기괴하다고 한다. 만세(萬歲)뒤에라도 성인을 만나 해답을 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장자의 제물론(齊物論)-
장자의 꿈 이야기는 장자철학의 핵심인 만물제동(萬物齊同), 물아일체(物我一體)를 담고 있다.
만물제동은 모든 사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뜻하며, 물아일체는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뜻으로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는 것을 뜻한다. 꿈과 현실, 나비와 장자 사이에는 구별과 우열이 없다. 그것은 단지 물(物)의 변화일 뿐이며, 하나의 흐름일 뿐이다. 의식이 잠자는 상태는 물질이며 물질이 깨어나면 의식이 된다. 우리가 꿈 또는 이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현실 또는 한계라고 규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가의 규정을 넘어 물아일체를 깨달아 ‘진실로 꿈을 꾸는 자가 진실로 현실을 사는 자 이고 진실로 현실을 사는 자가 진실로 꿈꾸는 자’임을 말하고 싶다.
연출의도_선원필
꿈이란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꿈을 의식이 무의식으로 통하는 왕도라고 하였다. 인간의 무의식은 절대 그 자체로는 의식의 수준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전의식이라는 통로로 상징이라는 옷을 입고 의식의 수준에 그 모습을 드러난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의 통로이다. 꿈은 전의식이며 중간계이다. 꿈의 상징이 나비이다.
물질계와 의식계
인간계와 신계
자연계와 예술계를 이어주는 통로
그것이 중간계이다.
그 중간계의 상징이 나비로 화한다.
인간과 신, 하늘과 땅, 현실과 이상을 연결시켜주는 중간자
나비는 인간계와 영계를 이어준다.
나비는 물아일체, 대상과 주체가 하나가 되는 세상
칼 융의 원형 플레로마 세계를 담는다. 클레아투라에 던져진 운명이 원형으로 치달아 플레로마에 도달한다. 완벽한 꿈은 완벽한 현실이고 완벽한 현실은 완벽한 꿈이다. 꿈의 끝은 현실고 현실의 끝은 꿈이다.
어떤 꿈을 꾸든, 어떤 현실을 살든 그것을 치열하게 살아보라. 깨고 나면 꿈일 수도 있고 깨지 않는 꿈일 수도 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원 없이 꿈을 꾸어보라.
[시놉시스]
[프롤로그] 중간계, 시간의 관찰자
1부 원형, 탄생과 현실
2부 꿀잠 – 꿈속으로 초대
3부 나비의 춤 – 신인류의 서막
4부 세상속으로 – 세상과 함께 하는 꿈
5부 원형, 다시 꿈속으로
[프롤로그] 중간계 나비, 시간의 관찰자
태초에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을 뛰어 넘어 시간의 관찰자가 있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를 관장하는 여신과 닮아있다. 그녀는 운명을 보지만 인간세계에 관여할 수 없다. 딸이 어미가 되고 어미가 딸이 되어 아주 긴 시간 이어온 인류를 본다. 그 역사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듯도 싶지만 아직까지도 인간의 감정을 느낀다. 슬픔과 연민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깊은 사랑과 눈물이 동시에 있다.
1부 원형, 탄생과 현실
나비의 탄생. 중간계 나비로부터 나온다. 거대한 에너지 흐름 속에서 응축된 에너지 덩어리가 모여서 알이 된다. 자기복제를 거친 DNA가 중간계 나비의 긴 날개 짓으로 상징화되고 그 자궁 속에서 나비의 변태를 거친다. 산도(産道)의 끝을 나온 나비는 물끄러미 세상을 바라본다. 나비의 꿈속에 세상이 들어온다. 공연을 보듯이 관객을 바라본다. 관객과 공연자가 바뀌는 순간. 누구도 허락지 않았다.
2부 꿀잠 – 꿈속으로 초대
자아를 획득한 나비. 개체의식을 가진 나비의 꿈과 현실, 무명과 지혜, 연결과 고립, 그리고 물아일체에 이르는 여정을 펼쳐진다.
다르면서도 같아지고자 하는 모순의 덩어리. 달라봤자 그 원형 안에서 다름이고 같아봤자 자아경계를 벗어나지 못한 같음이다. 완벽한 꿈을 살아가든 완벽한 현실을 살아가든. 혼자 꾸는 꿈이든 함께 꾸는 꿈이든. 이름붙이지 마라. 자신을 규정짓지도 마라.
소리가 들린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의 꿈속에 내가 있었던 것일까”
“꿈의 끝은 현실이고 현실의 끝은 꿈이다”
“꿈 깨니 또한 꿈이런가”
“인간과 신, 하늘과 땅, 현실과 이상을 연결시켜주는 중간자. 나비는 인간계와 영계를 이어준다”
“어떤 꿈을 꾸든, 어떤 현실을 살든 그것을 치열하게 살아보라. 깨고 나면 꿈일 수도 있고 깨지 않는 꿈일 수도 있다.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원 없이 꿈을 꾸어보라”
3부 나비의 춤 – 신인류의 서막
슬픔과 기쁨, 허무와 노력 등 인간군상이 겪는 희노애락을 보듬고 치유하는 춤을 춘다. 아름답게 부드럽게 몽환스럽게 때로는 질서있게 힘있게 신인류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 울린다.
4부 세상속으로 – 세상과 함께 하는 꿈
나비는 날개 짓으로 세상으로 나아가고 세상은 나비의 꿈에 기꺼이 응한다. 나비와 세상이 어우러지면서 경계가 사라진다. 피아(彼我)가 춤 속으로 빨려간다. 춤추는 자도 사라지고 춤 만이 남는다.
5부 원형, 다시 꿈속으로
현실에서 꿈속으로, 꿈속에서 현실로 구별 지을 수 없는 흐름 속으로 녹아든다. 의식은 다른 의식체로 전달되고 우주의 지성에 한 부분이 된다. 태어나 난생처음 꿀잠에 든다.
cast 소희정, 이하나, 김태은, 이은선, 전지윤, 김연심, 김철균, 강동호
기획,무대감독 소희정
음악 이하나
의상 전지윤
소품 김연심, 이은선
안무 김태은
스탭 이혁,서혜연
연출 선원필
한국공연예술치료협회, 마음과공간예술심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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